[IT/테크] ‘팔란티어 도입’ DL이앤씨, APAC 서밋 코리아서 AI 혁신사례 발표

건설업계는 늘 ‘혁신’을 외치지만, 그들이 말하는 혁신이란 고작 더 높고 더 빨리 짓는 기술적 허세에 불과했다. 삽의 재질을 티타늄으로 바꾼다고 해서 삽질의 본질이 변하지 않듯, 디지털 도면과 드론 몇 대로 ‘스마트 건설’을 참칭하는 것은 공허한 마케팅 구호일 뿐이다. 진짜 혁명은 그런 식으로 오지 않는다.

지난주 인천에서 열린 팔란티어의 ‘APAC 서밋 코리아’ 행사는 이케케묵은 건설업계의 관성에 균열을 내는 작은, 그러나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KT, HD현대 같은 기술 및 중공업 대기업들 사이에 유일하게 초청된 건설사, DL이앤씨의 사례 발표는 단순한 신기술 도입 쇼케이스가 아니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주먹구구식 현장 관리와 단절하고, 산업의 운영체제(OS)를 뿌리부터 바꾸겠다는 선전포고에 가깝다.

데이터는 벽돌이 아니다

우리는 DL이앤씨가 2022년부터 팔란티어 플랫폼을 도입해 200여 개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해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내린 결정이 아닌, 수년간의 끈질긴 투자와 실행의 결과물이다. 기획부터 시공, 유지보수에 이르는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 쏟아부어 의사결정의 유일한 근거로 삼겠다는 발상. 단순한 데이터 ‘저장’을 넘어, 현장에서 실무자들이 즉각 활용할 수 있는 46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구축’했다는 점은 이들의 접근법이 얼마나 근본적인지 보여준다.

과거 유사 현장의 작업지시서 데이터가 새로운 사업의 리스크를 예측하는 데 쓰이고, 설계 변경 이력이 다음 프로젝트의 원가 최적화 모델이 된다. 이는 마치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현장소장 수백 명의 경험과 직관을 하나의 인공지능 두뇌에 이식하는 것과 같다. 서울 압구정5구역이나 목동6단지 같은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재건축 사업에서 이 ‘디지털 두뇌’가 발휘할 위력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 직관에서 예측으로: 감(感)에 의존해 공사기간을 산정하고 위험을 관리하던 시대는 끝났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사후약방문에서 선제대응으로: 문제가 터진 뒤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 가능한 모든 변수를 시뮬레이션하고 최적의 경로를 미리 찾아낸다.
  • 분절된 정보에서 통합된 통찰로: 설계팀의 데이터가 구매팀의 원가 절감으로, 시공팀의 실수가 유지보수팀의 혁신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의미의 ‘밸류체인’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1970년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었던 ‘도요타 생산 시스템(TPS)’의 등장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적시생산(Just-in-Time)’과 ‘자동화(Jidoka)’라는 개념을 내세운 도요타를 보고 미국의 거대 자동차 기업들은 그저 일본식의 기묘한 생산 방식이라며 비웃었다. 그들은 재고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추는 기존 방식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다. 도요타는 세계 1위가 되었고, 디트로이트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다른 건설사들이 더 효율적인 ‘삽질’을 고민할 때, DL이앤씨는 데이터로 ‘삽질’ 자체를 없앨 방법을 찾고 있다.

지금 건설업계가 처한 상황이 바로 그와 같다. 팔란티어와의 협업은 단순히 비싼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는 뉴스가 아니다. 이는 도요타가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가 아닌, 생산 철학 자체를 바꿨던 것과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건설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더 이상 철근을 얼마나 빨리 엮고 콘크리트를 얼마나 높이 붓느냐에 있지 않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흐름을 어떻게 설계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느냐가 기업의 생사를 가를 것이다.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이 현실을 깨달았을 때, 격차는 이미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져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거시 경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된 오피니언 칼럼입니다. 제공된 정보의 완전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 및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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