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꿈의 ‘7000피’ 시대 카운트다운…중동 리스크·과열 경계감 변수

시장이 ‘7000’이라는 숫자에 취해 집단적 최면에 빠졌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8000, 심지어 8500까지 외치며 축포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언론은 이를 ‘꿈의 시대’라며 부채질한다. 하지만 화려한 축제의 무대 뒤편, 나는 차갑게 식어가는 경제의 현실과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목격한다. 이것은 건실한 상승장이 아니라, 소수의 반도체 거인이 벌이는 위험한 곡예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5% 급증하고 SK하이닉스가 405%의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이 쏟아내는 장밋빛 보고서의 근거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들은 현재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5배에 불과해 과거 고점 평균인 10배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속삭인다. 참으로 편리하고 매력적인 논리다. 그러나 이는 지독한 착시 현상이다.

착시의 본질: 평균의 함정

지금의 코스피를 ‘저평가’라 부르는 것은, 한 명의 거인이 나머지 아홉 명의 난쟁이를 어깨에 태우고 있는 모습을 보며 ‘평균 신장이 크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반도체라는 거인의 어깨를 제외하면, 우리 경제의 발은 땅에 닿아 있기는 한가? AI와 HBM이라는 키워드에 모든 자본과 기대가 쏠리는 동안, 내수와 전통 산업은 고금리와 고유가의 그늘 아래 신음하고 있다. 증권사 리포트의 화려한 숫자 뒤에 가려진 이 불균형이야말로 우리가 직시해야 할 본질이다.

시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이벤트’라며 안도한다. 월가의 베테랑 피터 터크먼은 거리에 피가 낭자할 때가 매수할 때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전쟁의 영향이 끝났다고 단언했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진짜 피 흘리는 거리는 테헤란이나 텔아비브가 아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열기에서 소외된 채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국내의 수많은 기업과 자영업자의 골목이다.

  • 환각 1: 이것은 시장 전반의 랠리다. (실체: 극소수 반도체 기업의 독주)
  • 환각 2: 지정학적 리스크는 해소되었다. (실체: 더 큰 내부적 불균형 리스크가 잉태되고 있다)
  • 환각 3: PER이 낮아 안전하다. (실체: 쏠림 현상이 만든 구조적 취약성을 가리는 지표)

우리는 이 섬뜩한 데자뷰를 기억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가 ‘닷컴’이라는 마법의 주문에 걸려들었던 ‘IT 버블’ 말이다. 당시에도 기술주가 시장을 견인했고,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명분 아래 전통적인 가치 평가 척도는 무시되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인간의 탐욕과 집단적 광기는 언제나 비슷한 운율을 만들어낸다. 지금의 AI 열풍이 그때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냉정하게 자문해야 할 때다.

정부와 정책 당국자들 역시 이 화려한 지수 상승에 취해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코스피 7000이 민생의 고통을 가리는 장막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이 비정상적인 열기가 식었을 때 맞이할 혹독한 겨울을 대비하는 것이다. 반도체라는 단일 엔진에 국가 경제의 운명을 거는 것은 절벽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중요한 것은 지수의 높이가 아니라, 경제 생태계의 건강한 폭과 깊이다. 7000이든 8000이든, 그 숫자는 모래 위에 세운 신기루에 불과하다.

※ 본문의 해석과 전망은 작성자의 주관적 관점이 포함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공개된 지표를 기반으로 하였으나 시장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최종 판단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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