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섬 방문의 해’를 선포하며 꺼내든 카드는 또다시 ‘현금 살포’였다. 여수세계섬박람회와 연계해 섬 숙박객에게 최대 1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은, 마치 값비싼 진통제로 만성질환을 치료하려는 어리석은 의사처럼 보인다. 이는 지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이 아니라, 단기적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금 섬의 ‘가치’를 팔고 있는 것이 아니라, 10만 원짜리 할인 쿠폰으로 관광객의 ‘방문’을 사고 있다. 이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물론 행정안전부의 명분은 그럴싸하다. 3,390개의 아름다운 섬을 가진 잠재력을 깨우고, 저평가된 관광 가치를 재조명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여름 휴가철과 박람회 기간에 맞춰 수요를 집중시키겠다는 계획도 일견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정책의 유효기간이 보조금 지급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숱한 경험으로 알고 있다.
판박이처럼 닮은 정책의 데자뷔
이 정책은 몇 년 전, 팬데믹 시절 일본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던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캠페인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일본 정부는 여행 경비의 최대 50%를 지원하며 내수 관광을 인위적으로 부양했다. 결과는 어땠는가? 캠페인 기간 동안 관광지는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지원이 끝나자마자 수요는 거짓말처럼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근본적인 관광 경쟁력 개선 없이 돈으로 유인한 수요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값비싼 교훈만 남겼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하려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섬 관광의 진짜 허들은 10만 원의 숙박비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결함에 있다.
- 접근성: 낡고 불편하며, 예측 불가능한 운항 스케줄을 가진 여객선.
- 콘텐츠: 어느 섬에 가도 비슷한 해산물 식당과 오션뷰 카페의 무한 복제. 그 섬만이 가진 고유한 스토리텔링과 체험의 부재.
- 인프라: 열악한 통신 환경, 부족한 편의시설, 통합 예약 시스템의 부재 등 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불편함.
개그맨 윤택이나 유명 셰프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전자 도민증’이나 ‘명예 섬 주민’ 같은 감성적 마케팅을 펼친다고 해서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되는가? 반려 섬을 연결해준다는 아이디어는 낭만적일지 몰라도, 끊기는 와이파이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이는 정책의 핵심을 비껴간 채, 홍보용 사진 몇 장을 얻기 위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정말로 섬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그 10만 원짜리 쿠폰을 인쇄할 돈을 모아 차라리 노후 여객선을 교체하고, 섬의 청년 창업가들이 독창적인 관광 상품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며, 모든 섬의 교통과 숙박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투자해야 했다. 그런 노력만이 일회성 방문객을 충성도 높은 재방문객으로 만들 수 있다.
2026년 가을, 정부는 ‘섬 방문의 해’ 정책 덕분에 방문객 수가 몇 퍼센트 증가했다는 보도자료를 자랑스럽게 배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의 유효기간은 정확히 11월 4일, 여수섬박람회가 끝나는 날까지다. 그 이후, 보조금이라는 썰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다시금 고질적인 문제들만이 덩그러니 남게 될 것이다. 이것은 혁신이 아니라, 세금으로 만든 신기루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