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디지털자산] 코인원도 FIU 상대 행정소송…제재 거래소 3사 전부 소송전

금융 당국과 거대 기업의 싸움은 언제나 법정에서 끝난다. 정의의 실현이라는 고상한 명분 아래, 결국 누가 더 유능한 법무법인을 고용했는지 겨루는 값비싼 연극일 뿐이다. 코인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놀라운 뉴스가 아니라, 예정된 수순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진 것에 불과하다.

이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3사가 모두 규제 당국과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금융 당국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라는 칼을 빼 들고 시장의 군기를 잡으려 했지만, 그 칼날은 무뎠고 상대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지난해 두나무(업비트)가 1심에서 전부 승소한 순간, 이 싸움의 균형추는 이미 기울었다. FIU가 코인원에 대해 적발했다는 약 9만 건의 위반 사례와 52억 원의 과태료는, 그 숫자의 압도적인 위압감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법정에서 뒤집힐 수 있는 주장’으로 전락했다.

FIU의 접근 방식은 처음부터 투박했다. 자금세탁방지라는 대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하지만, 수만 건의 위반 사항을 들이밀며 ‘영업 일부 정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는 것은 정교한 외과수술이 아닌 무딘 도끼질에 가깝다. 업비트의 승소는 이 도끼질의 법리적 근거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증명했고, 빗썸과 코인원에게는 “우리도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한 코인원의 행보는, 이 싸움이 단순한 행정 불복을 넘어섰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규제의 데자뷰: 10년 전 차량 공유 플랫폼의 길

우리는 이 장면을 이미 본 적이 있다. 2010년대 중반, 차량 공유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전 세계 도시의 교통 당국과 택시 업계는 어떻게 반응했는가? 그들은 기존의 운수사업법을 들이밀며 ‘불법’의 굴레를 씌우려 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플랫폼 기업들은 최고의 로펌을 동원해 법정 투쟁에 나섰고, 결국 낡은 규제 체계 자체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금 가상자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확히 그 역사의 재방송이다. FIU는 낡은 금융 규제의 관성으로 새로운 디지털 자산 시장을 재단하려 하지만, 이미 금융 대기업으로 성장한 거래소들은 그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 규제의 시험대: 이번 연쇄 소송은 개별 기업의 위법 여부를 넘어 특금법 자체의 실효성과 명확성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 권력의 이동: 거래소들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승리하는 선례가 쌓인다는 것은, 시장의 주도권이 규제 당국에서 자본과 기술을 쥔 민간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 정책의 실패: FIU가 업비트와의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이후의 모든 제재는 권위를 잃고 ‘소송을 각오해야 하는’ 행정 비용으로 전락했다.

결국 이 소송전의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승자와 패자는 갈리겠지만, 시장 전체는 규제의 공백과 불확실성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코인원이 신규 가입자의 입출금을 3개월간 제한받는 것과 같은 영업정지 처분은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불편을 초래한다. 이것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누가 이 새로운 디지털 경제의 규칙을 쓸 것인가에 대한 관료와 자본의 지저분한 패권 다툼일 뿐이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징계의 남발이 아니라, 산업의 현실을 인정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명료하고 지능적인 규제 철학이다. 지금 FIU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 본 칼럼은 에디터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통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참고 자료일 뿐, 어떠한 경우에도 전문적인 투자 권유나 법적 책임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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