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이 되면 어김없이 ‘건보료 폭탄’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마치 예상치 못한 재앙처럼 묘사되지만, 솔직해지자. 이것은 사고가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정책의 결과물이다. 국가는 자본 소득을 올린 이들에게 세금 고지서와 함께 또 다른 청구서를 뻔뻔하게 내밀고 있다. 이것은 보험료가 아니라, 사실상의 ‘자산 징벌세’에 가깝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에 합산되어 최대 45%의 누진세율을 맞는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합산된 소득이 고스란히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에 편입되면서, 소득세와는 별개로 수십, 수백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정부는 이것을 ‘소득 중심 부과체계’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지만, 그 본질은 이중 과세의 덫이다. 이미 14%의 원천징수를 거친 소득에 대해, 소득세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다시 건보료라는 명목으로 또다시 떼어가는 구조적 착취에 다름 아니다.
시중에 떠도는 해법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ISA 계좌를 활용해 비과세 혜택을 챙기거나, 배우자나 자녀에게 자산을 증여해 소득을 분산하라는 조언들 말이다. 세무 전문가들의 이런 조언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단지 정책이 파놓은 함정을 피해 가는 곡예에 가깝다.
국민을 현명한 투자자가 아닌, 교묘한 절세 전문가로 내모는 이 현실이야말로 정책 실패의 가장 명백한 증거다.
보험료인가, ‘준조세’라는 이름의 괴물인가?
건강보험은 사회적 연대를 기반으로 한 위험 분산 시스템이지, 부의 재분배를 위한 세금 징수 채널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건보료 부과 방식은 이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특히 평생 모은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으로 노후를 보내야 하는 은퇴자들에게 이 시스템은 재앙적이다. 근로소득이 없는 그들에게 금융소득은 생명줄이지만, 국가는 이 생명줄을 ‘불로소득’으로 낙인찍고 가차 없이 칼을 댄다.
이는 과거 프랑스가 도입했다가 자본 유출과 부유층의 해외 이주라는 부작용만 남기고 폐지한 ‘부유세(ISF)’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명칭만 다를 뿐,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징벌적으로 과세하여 자본 축적의 의지를 꺾는다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한다. 프랑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지만, 우리는 그 실패한 길을 답습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라는 목표가 자본 형성을 저해하고 경제의 활력을 갉아먹는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 자본에 대한 적대감: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을 동일 선상에 놓고 징벌하는 것은, 저축과 투자의 가치를 폄하하는 신호다.
- 예측 불가능성: 주식 배당 시기나 금리 변동에 따라 건보료가 널뛰기하면서, 안정적인 자산 운용 계획 수립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 자본이 생산적인 투자처가 아닌, 오로지 절세를 위한 비과세 상품으로만 숨어들게 만들어 시장을 왜곡한다.
결국 이 ‘건보료 폭탄’ 소동의 본질은 개인의 세테크 실패가 아니다. 국가가 자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민낯이다. 국가는 역동적인 자본시장을 원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그 시장에서 과실을 얻은 이들을 처벌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매년 5월 반복되는 이 소동은, 재정이라는 이름 아래 신뢰와 성장의 동력을 스스로 잠식해가는 우리 경제의 슬픈 자화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