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촌극이 있다. 한쪽에서는 변호사가 너무 많아 ‘밥그릇’이 깨진다며 곡소리를 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시 낭인을 양산한다며 합격자 수를 늘리라 아우성이다. 법무부는 올해 1,714명의 신규 변호사를 배출하기로 결정하며 이 지루한 줄다리기를 또 한 번 봉합했다. 2년 연속 합격자 수가 줄고, 합격률이 간신히 50%를 넘겼다는 사실은 이 소모적인 논쟁의 본질을 가리는 연막에 불과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1,000명으로 감축’을 외치며 벌이는 집회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가장 시대착오적인 길드(Guild)적 행태다. 이는 혁신과 경쟁을 통해 법률 서비스의 가치를 높일 고민은 외면한 채, 오직 공급 통제를 통해 기득권의 희소성을 유지하려는 낡은 독점 자본의 논리일 뿐이다. 반면, 로스쿨 협의회가 ‘자격시험화’를 부르짖는 것 역시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비싼 학비를 내고 입학한 학생들의 합격률을 보장하여 기관의 존립 근거를 확보하려는, 또 다른 형태의 이기주의에 가깝다.
의사 증원 논쟁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는가
이 기시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괴롭혀 온 ‘의대 정원’ 논쟁의 판박이다. 의료계 역시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공급을 틀어쥐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강력한 집단 이기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공백이라는 값비싼 청구서를 받아 들었다. 변호사 수를 1,700명대에서 100명 늘리거나 줄이는 미시적 조정에 매몰되는 것은, 똑같은 실패를 법률 시장에서 답습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법무부가 내세운 법조인 수급 상황, 인구 및 경제 규모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는 설명은 관료주의적 무책임의 극치다. 이는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양쪽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숫자를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2020년부터 7년째 1,700명대 합격자를 유지하는 것은 정책적 고심의 결과가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는 정책적 타성의 증거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 왜 대한민국 법률 시장은 고작 1,700여 명의 신규 인력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경직된 구조를 갖게 되었는가?
- AI, 빅데이터, ESG 등 새로운 산업 지형에 맞는 혁신적인 법률 서비스는 왜 등장하지 못하는가?
- 변호사의 가치가 ‘희소성’이 아닌 ‘전문성’과 ‘창의성’으로 평가받는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문제는 변호사의 숫자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의 지성과 에너지가 흘러 들어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과 상상력 부재다. 정부는 더 이상 양대 이익단체의 등쌀에 떠밀려 합격자 수를 저울질하는 심판관 역할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낡은 규제를 철폐하고, 리걸테크(Legal-tech) 산업을 육성하며, 기업의 준법경영 및 컴플라이언스 시장을 확대하는 ‘수요 창출자’로 나서야 한다. 1,714명이라는 숫자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은, 침몰하는 배 위에서 갑판 의자 개수를 논하는 것만큼이나 공허하다. 진짜 위기는 변호사의 수가 아니라, 법률 시장의 ‘미래’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