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낙찰가율 107.8%.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다고 환호할 때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이것은 시장의 활력이 아니라, 정책 실패가 만들어 낸 ‘절박한 비명’에 가깝다. 지금 수도권 아파트 경매 시장에 몰려드는 수십 명의 응찰자들은 희망에 찬 투자자가 아니라, 전월세 시장에서 밀려나 벼랑 끝에 몰린 ‘주거 난민’들이다.
우리는 지금 시장의 양극화가 아닌, ‘시장의 단절’을 목도하고 있다. 감정가 15억 원이라는 인위적인 선을 기준으로, 한쪽에서는 정책 대출의 산소호흡기를 단 채 과열 경쟁을 벌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금 경색으로 차갑게 식어가는 기이한 풍경 말이다.
데이터는 진실의 조각만을 보여준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 27명, 서대문구에는 29명이 몰렸다는 사실은 표면적으로는 ‘인기’를 증명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28명의 탈락자와 감정가보다 수천만 원, 혹은 억 단위를 더 지불하고서야 겨우 ‘내 집’이라는 안도감을 구매한 한 명의 승자가 있을 뿐이다. 이것이 과연 건강한 시장의 모습인가? 오히려 패닉바잉(Panic Buying)의 경매 버전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정책이 설계한 ‘K-자형 부동산’
이 현상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거시 경제의 ‘K자형 회복’이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자산가들은 이미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의 흐름을 읽고 있다. 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고작 2명이 응찰하고, 25억 초과 고가 아파트 낙찰가율이 불과 석 달 만에 125.6%에서 92.2%로 곤두박질친 것이 그 증거다. 그들은 유동성을 회수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반면, 정책 대출이라는 ‘사다리’에 의존해야만 하는 중산층과 실수요자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길은 ‘감정가 15억 원 이하’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는 것뿐이다. 정부가 친절하게 그어준 대출 상한선이 되려 특정 가격대 아파트에만 수요를 가두는 ‘가두리 양식장’을 만든 셈이다.
- 수요의 왜곡: 자연스러운 시장 선호가 아닌, 대출 가능 여부가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하는 주객전도.
- 가격의 거품: 제한된 물건에 수십 명이 경쟁하며 낙찰가율 119%(구미), 138.8%(안양)와 같은 비이성적 가격을 형성.
- 리스크의 전가: 시장의 하방 리스크는 고스란히 ‘영끌’로 마지막 기회를 잡은 낙찰자에게 집중.
이것은 시장의 자생적 회복이 아니라, 특정 구간에만 인공적으로 혈액을 펌프질하는 것과 같다. 당연히 다른 쪽은 괴사하기 시작한다.
결국 우리는 지금 두 개의 대한민국을 보고 있다. 한쪽은 금리 인상의 칼날을 피하며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자산가들의 시장이고, 다른 한쪽은 전월세난과 정책 대출의 덫에 걸려 조급하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의 전쟁터다. 경매 시장의 이 기괴한 열기는 부동산 시장 전체의 건강한 신호가 아니라, 구조적 모순이 곪아 터지기 직전의 전조 증상일 뿐이다. 오늘 107.8%의 낙찰가에 환호한 그 승자가 내일의 가장 큰 패배자가 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