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지원금] 정원오 ‘착착개발’ 발표…“정비사업 10년이내로…입주까지 책임질것”

서울의 주택 정책은 언제나 ‘속도’라는 이름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쪽에서는 재개발의 지연이 공급 부족의 원흉이라며 절차 간소화를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졸속 개발이 도시의 미래를 망친다고 경고한다. 이번에 정원오 후보가 들고나온 ‘착착개발’은 이 해묵은 논쟁에 던지는 또 하나의 야심 찬 출사표다. 평균 15년의 사업 기간을 10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약속. 듣기에는 달콤하지만, 도시 개발의 역사는 그런 마법 같은 단축이 얼마나 허망한 구호였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정 후보의 공약은 오세훈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을 계승하면서도, 구역 지정 이후의 ‘실행’에 방점을 찍겠다는 점에서 영리한 포지셔닝을 취한다. 신통기획이 재개발의 첫 단추를 빨리 끼우는 데 집중했다면, 착착개발은 옷이 완성되어 입을 때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겠다는 선언이다. 기본계획과 정비구역 지정을 통합하고, 사업시행과 관리처분 인가를 한 번에 처리하겠다는 발상은 행정 절차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시장 직속 전문 매니저 도입이나 공사비 검증단 파견 역시 현장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짚은 처방전이다.

과거의 망령, ‘뉴타운’을 기억하는가

하지만 우리는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뉴타운’의 광풍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시에도 정치인들은 장밋빛 청사진을 내걸며 서울을 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후보가 직접 방문한 장위동이야말로 그 뉴타운 사업의 가장 큰 부침을 겪은 ‘살아있는 역사’다. 2005년 지정 이후 20년 가까이 표류하며 주민들의 희망은 상처로 변질됐다. 문제는 계획의 웅장함이 아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거시경제의 파고, 끝없이 치솟는 공사비, 수천 명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힌 조합 내부의 갈등은 그 어떤 ‘신속’한 계획도 무력화시켰다.

‘착착개발’이 과연 이 구조적인 난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용적률 특례를 준공업지역까지 확대하고 임대주택 매입가를 현실화하는 등 사업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금 건설 현장을 멈춰 세우는 것은 단지 사업성의 문제가 아니다.

  • 글로벌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은 서울시장의 권한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공사비 검증단’이 갈등을 중재할 수는 있겠지만, 비용 자체를 마법처럼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이해관계의 지뢰밭: 정비사업은 본질적으로 누군가의 자산을 허물고 새로 짓는 과정이다. 행정 절차를 단축한다고 해서 수백, 수천 조합원의 각기 다른 욕망과 계산까지 단축시킬 수는 없다.
  • 권한 이양의 함정: 500가구 미만 사업의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하는 것은 신속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25개 구청의 행정 역량 차이가 사업 속도의 편차로 이어지고, 특정 지역에 집중된 소규모 난개발을 부추길 위험도 내포한다.

매입임대, 이주대책의 만병통치약인가

이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매입임대를 연간 최대 9000호까지 늘리겠다.

이주 대책으로 제시된 매입임대 확대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처럼 보인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 체제에서 매입임대 물량이 급감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지점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비사업의 순항을 보장하는 ‘실버불렛’이 될지는 의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서울시가 대거 사들이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기적으로는 해당 주택 유형의 가격을 자극해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는 이주민을 위해 다른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정책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착착개발’은 서울 주택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지만, 그 해법은 과거의 실패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0년 내 입주’라는 구호는 선거의 계절에 유권자들의 가슴을 뛰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장의 진짜 역할은 실현 불가능한 속도를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한 개발의 바다에서 좌초하지 않도록 튼튼한 배를 만들고 노련하게 항해하는 것이다. ‘착착’이라는 경쾌한 의성어 뒤에 숨겨진 복잡다단한 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공약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에디터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통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참고 자료일 뿐, 어떠한 경우에도 전문적인 투자 권유나 법적 책임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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