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 닛산·현대·토요타, 美 저가차 시장 철수 경고

백악관의 경제학자들은 도요타 코롤라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진심으로 믿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자해적인 자동차 관세 정책을 설명할 길이 없다. 미국 서민의 발이 되어주던 저가 자동차 시장의 숨통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이 정책은,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아집이 빚어낸 21세기형 포퓰리즘의 가장 어리석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닛산, 현대, 토요타가 USMCA 협정의 약화를 전제로 미국 내 저가 모델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놀랍지 않다.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휘두르는 ‘25% 관세’라는 망치 앞에서, 박리다매로 근근이 유지되던 2만 달러대 소형차 라인업이 버텨낼 재간은 없다. “관세가 저가 차량을 죽이고 있다”는 크리스티앙 뫼니에 닛산 아메리카스 회장의 절규는 엄살이 아닌, 냉혹한 손익계산서의 결론이다.

행정부는 제조업의 ‘미국 회귀’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미국 운전자에게 차를 팔려면,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릴 필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백악관의 오만한 선언은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복잡한 생태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산이다. 혼다 시빅과 토요타 코롤라 같은 모델이 이미 미국 땅에서 생산되고 있음에도, 그 심장과 혈관 역할을 하는 수많은 부품이 멕시코와 캐나다 국경을 넘나든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이 정교한 협업 시스템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미국 내에서 해결하라는 요구는, 오케스트라에게 지휘자만 남고 모든 악기를 버리라는 말과 같다.

역사는 반복된다, 어리석음도 함께

우리는 이미 비슷한 역사를 경험했다. 1964년, 유럽산 브랜디와 감자에 대한 보복으로 수입 경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던 ‘치킨세(Chicken Tax)’를 기억하는가? 이 관세는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미국 자동차 시장을 기형적으로 바꿔놓았다. 저렴하고 실용적인 수입 픽업트럭의 씨를 말렸고, 미국 제조사들은 안락한 보호막 속에서 연비 나쁜 대형 트럭과 SUV 개발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 소비자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거대한 ‘이동수단’을 강요받고 있다. 지금의 자동차 관세는 바로 그 ‘치킨세’의 망령을 소형차 시장에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보호무역이라는 달콤한 독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산업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현실을 직시하자. 에드먼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신차 10종 중 8종이 외국계 브랜드다. 나머지 2종조차 GM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모델이다. 미국 브랜드들은 이미 오래전에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소형차 시장을 포기하고 떠났다. 그 빈자리를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2만 2천 달러짜리 닛산 센트라, 한국에서 건너온 2만 달러짜리 현대 베뉴가 채워주고 있었다. 이 차들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신차 구매의 문턱은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평균 신차 가격 5만 달러 시대에, 유일한 ‘숨구멍’이 막히는 것이다.
  • 중고차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폭등, 서민들의 부담은 이중으로 가중될 것이다.
  • 결국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토록 보호하겠다던 미국의 노동자 계층이다.

USMCA 재협상 테이블에서 중국산 부품 사용을 제한하고 더 많은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압박은 거세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 가격의 추가적인 상승 요인일 뿐,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높은 인건비와 비용 구조 속에서 2만 달러대 자동차를 ‘Made in USA’로 생산하는 것은 경제적 기적이 아니라 판타지에 가깝다. 결국 행정부의 정책은 ‘미국산 저가차’를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저가차 시장의 소멸’이라는 파국적인 결말로 귀결될 것이다. 이것은 국가안보를 위한 성전이 아니라, 소비자 주머니를 터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 본 칼럼은 에디터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통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참고 자료일 뿐, 어떠한 경우에도 전문적인 투자 권유나 법적 책임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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