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 “기술주의 본질은”…우주 암흑물질 찾던 물리학박사, 이젠 ‘시장의 알파’ 좇는다 [여의도란도란]

연준의 점도표와 소비자물가지수를 들여다보며 시장의 다음 스텝을 예언하려는 시도는, 우주의 4%에 불과한 ‘보이는 물질’만으로 우주 전체를 설명하려는 천문학과 같다. 어리석고, 심지어 오만하기까지 하다.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이 4%의 가시적 데이터, 즉 거시경제 지표라는 안개 속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진짜 ‘알파’는 나머지 96%의 암흑물질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잉태되고 있다.

“기술주는 다릅니다. 기술력 그 자체, 즉 본질이 모든 것을 결정하죠. AI나 우주항공처럼 변화무쌍한 분야일수록 그 기술이 가진 진짜 가치를 논리적으로 분석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자물리학 박사가 여의도 펀드매니저가 된 이야기는 단순한 이직 스토리가 아니다. 이것은 낡은 투자 철학의 종언을 고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유럽의 거대 입자가속기가 완공되려면 30년이 걸리고, 그 결실은 다음 세대의 몫이 되는 현실. 서울대 물리학 박사 출신의 김현태 책임은 그 ‘기다림의 미학’을 거부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시대의 변덕에 맡기는 대신, 변화의 가장 역동적인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이는 거시경제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며 포트폴리오를 방치하는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통렬한 경고다.

거시경제라는 신기루

우리는 금리 인상기에 기술주가 필패한다는 식의 케케묵은 공식을 맹신해왔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놓친 게으른 분석에 불과하다. 1980년대 PC 혁명 당시를 복기해보자. 당시 시장의 관심은 IBM과 신생 주자들의 분기별 판매량 경쟁에 쏠려 있었다. 거시경제 지표에 따라 이들 완제품 기업의 주가는 춤을 췄다. 하지만 진정한 부의 증식은 보이지 않는 곳, 즉 마이크로프로세서라는 ‘본질’을 장악한 인텔에게서 나왔다. PC 시장의 수요 변동이라는 ‘매크로’가 아니라, 무어의 법칙이라는 ‘기술의 본질’을 이해한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김현태 책임이 소비재와 기술주를 구분하는 논리도 정확히 여기에 닿아있다. 소비재 기업의 실적은 가계의 구매력, 즉 거시경제의 흐름과 거의 동기화된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우주항공 같은 산업은 다르다. 그들의 성장은 경제 성장률이 아닌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에 의해 추동된다.

  • 발사 비용의 붕괴: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에 성공한 것은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다. 이는 우주라는 시장의 ‘물리법칙’ 자체를 바꾼 사건이다. 킬로그램당 발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지면서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비즈니스 모델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 데이터 수요의 폭발: 2026년 현재, 약 1만 대의 저궤도 위성은 시작에 불과하다. 10만 대의 위성이 지구를 촘촘히 뒤덮는 순간, 자율주행, 국방, 기후 예측에 필요한 데이터는 마르지 않는 유전이 된다. 이 데이터의 가치를 금리 변동 따위로 측정할 수 있는가?

우주의 암흑물질을 찾던 물리학자의 시선은 이제 시장에 숨겨진 ‘본질’을 향한다. 그는 금리 예측가의 리포트 대신, 기술 논문과 특허 데이터에서 시장의 미래를 읽어낼 것이다. 이것은 별난 괴짜의 투자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이고 직관적인 접근법이다.

시장의 진짜 동력은 언제나 기술의 비가역적 진보였다. 당신이 여전히 파월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30년짜리 입자가속기 완공을 기다리는 늙은 과학자의 운명을 자처하고 있는 것과 같다. 정작 가속기가 완성되었을 때, 세상은 이미 다른 문제를 풀고 있을 것이다.

※ 본문의 해석과 전망은 작성자의 주관적 관점이 포함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공개된 지표를 기반으로 하였으나 시장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최종 판단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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