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코미디언의 ‘다크서클’이 500만 번의 웃음과 함께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영상 속 과장된 학부모의 요구와 교사의 피로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가장 중요한 미래 자산, 즉 ‘인적 자본’의 생산 라인을 얼마나 형편없이 방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처참한 경제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독감에 걸린 유치원 교사 10명 중 7명(사립유치원의 경우 73.6%)이 병가조차 내지 못하고 출근한다는 데이터는 노동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시스템 리스크’ 그 자체다. 우리는 지금 40도의 고열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예민한 ‘제품’인 우리 아이들의 초기 두뇌 발달을 맡기는, 상상할 수 없는 품질 관리 실패를 겪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의 교실
현재의 사립유치원 시스템은 마치 산업혁명 이전의 ‘가내수공업(Putting-out system)’을 연상시킨다. 자본과 시스템을 갖춘 중앙의 공장 대신, 파편화된 개별 사업장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해 겨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구조 말이다. 대체 인력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는 응답이 고작 16.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재고 관리도, 위기 대응 매뉴얼도, 인력 풀도 없는 구멍가게에 국가의 백년대계를 맡긴 셈이다.
이런 전근대적 시스템에서 교사가 아프면 나갈 수 없는 이유는 명료하다.
- 구조적 공백: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어서'(68.6%)라는 응답은 개인의 책임감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시스템 자체가 단 한 명의 이탈도 허용하지 않는 ‘제로 리던던시(Zero Redundancy)’의 극단적 비효율 상태다.
- 봉건적 압박: ‘관리자의 압박과 눈치 때문'(59.6%)이라는 답변은 합리적 계약 관계가 아닌, 인격적 예속 관계가 현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원금’이라는 땜질 처방만 반복한다. 이는 낡고 비효율적인 가내수공업자에게 원료비 몇 푼을 더 얹어주는 것과 같다. 문제의 본질은 생산 방식 그 자체에 있는데도 말이다.
“사망한 교사와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다.” 92.9%의 교사들이 느낀 이 섬뜩한 동질감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이미 파산 선고를 받은 시스템의 구조적 비명이다.
이수지의 영상에 등장한 “우리 애는 I라서 기가 빨리니 I끼리 묶어달라”는 요구가 우스꽝스럽게 들리는가? 나는 이것이 ‘고객’의 요구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는 시장 실패의 단면으로 보인다. 교육이라는 공공재가 서비스 상품으로 전락하고, 교사는 감정노동자로 소모되는 현실. 이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지 않는 한, 제2, 제3의 비극은 예약된 수순이다. 아픈 교사는 아이들에게도 재앙이다.
질병의 전염을 넘어, 소진된 영혼이 아이들에게 온전한 상호작용을 제공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해법은 명확하다. 전교조가 주장하는 ‘사립유치원 법인화’는 단순한 이념적 구호가 아니라, 낡은 가내수공업을 현대적 ‘공장 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지극히 실용적인 경제적 제안이다. 교사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투명한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며, 대체 인력과 같은 필수 인프라를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구축해야 한다. 유아 교육을 더 이상 원장 개인의 선의나 교사의 희생에 기대는 위태로운 자선사업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구조적 투자를 단행할 때다.